장애인 고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복지 중심의 한계를 넘어서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고용을 시각화하고, 개인의 역량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장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플랫폼이 바로 ‘핀휠’이며, 이들이 연 ‘갤러리 바다’는 그 상징적 공간이다. 예술과 고용이 만나는 이 실험은 새로운 고용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 핀휠: 전국 단위 장애인 맞춤형 채용 플랫폼
2021년 설립된 핀휠은 장애인 채용을 온라인 기반으로 매칭하는 B2B 플랫폼이다.
전국 단위 매칭이 가능하며, 기존 지역 복지 기관 중심 모델이 갖는 한계를 넘는다.
특히 청각장애 예술인, e‑스포츠 선수 등 특수 직군 고용에 집중해왔다.
기업은 법적 의무 이행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까지 동시에 가능하다.
2. 예술인력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 계기
핀휠이 예술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청각장애를 지닌 홍익대 미대 졸업생의 이력서였다.
그는 경비직을 희망했지만, 유 대표는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작가님”이라 불렀다.
이 경험은 핀휠의 전략을 단순 고용에서 예술을 통한 사회적 연결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3. 갤러리 바다: 고용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
2025년 6월 과천시에 문을 연 ‘갤러리 바다’는 단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기업과 장애 예술인의 연결 지점이다.
기업이 고용한 예술인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보여주는 고용’을 구현한 것이다.
갤러리 명의 의미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차이를 포용하는 상징적 장소다.
전시뿐 아니라 작품 판매도 이뤄지며, 핀휠이 유통을 일부 직접 맡는다.
사람 중심 구조를 먼저 구축하고, 수익 구조는 뒤따르게 하겠다는 방향이다.
4. 예술 생태계 조성: 멘토링과 이름을 건 협업
핀휠은 ‘전업 작가’와 ‘훈련 작가’를 연결해 멘토-멘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전업 작가는 후배 작가를 이끌며, 기업이 후원하는 작가로서 전시에도 참여한다.
작품 옆에는 작가 이름과 함께 고용한 기업명도 병기된다.
이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성준 작가: 신세계 백화점 외벽 디지털 아트 제작자 → 현재 시네오스헬스코리아 소속 예술인
김종섭 작가: 도록 제작, 작품 수 문제로 전시 기회가 적었으나 핀휠이 먼저 기회를 제공
핀휠은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조명한다.
복지기관이 보여주는 ‘사후 평가’가 아닌, ‘진행 중인 가능성’을 전시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5. 맞춤형 고용 모델: 유연한 근무 방식 설계
핀휠은 예술인의 창작 리듬을 고려해 유연한 고용 구조를 설계한다.
예를 들어, 하루 4시간만 근무하고 남은 시간은 미술관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는 작가의 요청도 수용한다.
이는 전통적인 일률적 고용 기준을 뛰어넘는, 삶과 조화되는 고용 방식이다.
6. 사회와 기업에 전하는 메시지
‘갤러리 바다’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고용 정당성의 시각적 증거다.
유명곤 대표는 “인사담당자가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 있는 고용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복지기관 대신 핀휠이 전면에 나서 실질적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핀휠의 비전은 명확하다.
반 고흐나 뭉크처럼 사후에 조명받는 예술인이 아닌,
지금 살아 있는 장애 예술인들이 조명받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갤러리와 글로벌 협업을 통해 이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