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청 환경, 드라마 산업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1. 공중파 드라마의 위기: 시청률 하락, 편성 축소
한때 ‘국민 드라마’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MBC <대장금>, KBS <겨울연가>, SBS <모래시계> 같은 작품은 전 국민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드라마를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문화적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중파 드라마는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지상파 시청률 평균 5% 이하
- 주중 미니시리즈 폐지 또는 주말극만 편성
- 자체 제작에서 외주 중심으로 변화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청률 감소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 내부의 드라마 제작 역량 약화, 수익 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TV를 통한 시청에서 이탈하면서, 지상파 드라마는 더 이상 대중적 영향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2. OTT의 부상: 콘텐츠 소비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
지상파 드라마의 쇠퇴와 맞물려 급부상한 것이 바로 **OTT 플랫폼(Over-The-Top)**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OTT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통해 드라마 콘텐츠 산업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 비시간제 시청 가능: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몰아보기 가능
- 글로벌 동시 공개: 해외 수출을 전제로 한 대형 제작 가능
- 표현의 자유 확대: 방송심의 제약 없이 장르·서사 확장 가능
- 신인 제작자·배우의 등용문 확대
이러한 특징 덕분에 OTT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드라마 제작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3. OTT가 키운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확장
OTT는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확장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021): 94개국 1위, 전 세계 파급력
- 디즈니+ <카지노>, <무빙>: 장르물 강화와 해외 반응
- 티빙 <이로운 사기>, <돼지의 왕>: 독창적 소재 발굴
- 쿠팡플레이 <유미의 세포들>, <미끼>: 웹툰 기반 콘텐츠 실험
이제 한국 드라마는 단순히 국내 시청자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소비자와 시장을 타겟으로 기획되는 수출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 작가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4. 산업 구조의 변화: 방송사 vs OTT 제작사
과거에는 방송사 내부 드라마국에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다음과 같은 산업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방송사는 편성 플랫폼으로 후퇴
- 드라마 스튜디오 및 제작사가 주도권 확보
- 글로벌 OTT가 투자 및 배급 역할 수행
실제로 CJ ENM의 드라마 스튜디오 드래곤, JTBC스튜디오(스튜디오 룰루랄라), SLL 등은 방송사와 독립적으로 OTT용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자체 유통 및 글로벌 진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콘텐츠 경쟁력을 중심으로 산업 주도권이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5. 지상파의 생존 전략: 협업, 디지털 전환, 포맷 실험
물론 지상파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생존 전략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 OTT와의 협업 제작: KBS-웨이브, SBS-티빙 협력 등
- 유튜브 클립 활용한 디지털 홍보 강화
- 단막극, 짧은 포맷 드라마로 실험성 확보
KBS <드라마 스페셜>, MBC <심야괴담회 드라마판> 등 포맷 변형을 통한 새로운 시도는 콘텐츠의 유연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OTT 이식 가능성도 고려한 전략입니다.
6.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 확장의 기회
OTT 확산은 드라마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리얼리티 예능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에도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OTT 오리지널 콘텐츠로 기획될 경우, 그동안 국내 편성 한계로 제작이 어려웠던 중장편 작품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새로운 창작자, 다양한 장르, 글로벌 팬층 확대라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변해도, 콘텐츠는 살아남는다
지상파 드라마의 쇠퇴는 분명한 현실이지만, 이는 드라마 콘텐츠 산업의 위기가 아닌 전환의 시기라고 봐야 합니다. 시청자의 시청 습관, 기술 환경, 글로벌 흐름이 달라진 지금, 콘텐츠 제작자는 플랫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전 세계가 보는 이야기’를 만드는 관점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OTT는 단지 채널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를 위한 기회의 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이야기들은 공중파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